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 회의 모습 ⓒ서울시의회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 AI 사다리 지원’ 사업을 두고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에서 사업의 필요성과 추진 방식 등을 둘러싼 여야간 이견이 나타났다. 관련 추가경정예산 56억 2,500만 원이 지난 3일 열린 심의에서 전액 삭감됐으며, 고광민 위원장(국민의힘·서초3)은 청년들의 AI 활용 역량 강화와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예산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 AI 사다리 지원’은 서울에 거주하는 19~29세 청년 약 50만 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이용계정과 AI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청년들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디지털 격차를 완화한다는 취지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사업의 구체성과 실효성, 대상 규모의 산정 근거, 사전 수요조사 및 관계 부처 협의 등 사업 설계와 추진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고광민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위원들은 일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더라도 사업 예산 자체를 전액 삭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광민 위원장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서울시가 보완하도록 요구하고, 의회가 꼼꼼하게 관리·감독하면 될 일”이라며 “일부 보완점을 이유로 사업 예산 자체를 전액 삭감해 서울 청년 50만 명에게 AI를 활용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과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고 위원장은 최근 중앙정부의 청년정책 확대 기조를 언급하며, 서울시의회가 청년 AI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정부 정책 방향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고 위원장은 “AI는 더 이상 일부 전문가만 사용하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취업과 창업, 교육과 업무 전반에서 청년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도구가 되고 있다”며 “경제적 여건에 따라 AI 활용 경험과 역량의 격차가 벌어진다면 결국 기회의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년 AI 사다리는 서울 청년 누구나 최소한의 AI 활용 기회를 보장받고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출발선을 만들어 주자는 취지”라며 “청년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단순한 지원사업이 아니라 생성형 AI를 직접 활용하고 이를 취업, 창업, 교육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미래 역량 투자인 만큼 적극 확대·발전시켜야 할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고광민 위원장은 “이번 상임위원회 결정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9월8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사업의 필요성과 청년들의 미래를 다시 한번 면밀히 살펴보고, 삭감된 예산이 복원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시계획균형위원회 위원들은 예산 삭감과 관련해 사업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설계와 준비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측은 생성형 AI 유료 구독권 지원이 실제 청년들의 AI 활용 역량 향상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사전 연구와 근거가 부족했고, AI 교육의 대상과 규모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추경안 56억여 원은 이 사업의 올해 3개월치 예산일 뿐이며, 실제 사업의 규모는 225억 원이 넘었다. 지원 대상 50만 명도 사전 조사 없이 후보 업체와의 단가 협의에 맞춰 산출된 숫자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측은 “실제 청년들이 이 사업을 원하는지, 원한다면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 사업계획 수립에 필수적인 수요조사는 예산안이 의회에 제출된 지 일주일이 넘어서야 실시됐다”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법적으로 거쳐야 하는 중앙부처와의 협의도 거치지 않고,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예산부터 신청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민주당 측은 “이러한 문제를 확인한 이상,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의회의 책무”라며 “이를 두고 ‘청년 예산 삭감’이나 ‘시장 발목 잡기’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의회는 사업의 명칭이나 취지가 아니라 구체적인 설계와 효과, 절차와 예산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년 AI 사다리 지원’ 사업 예산은 현재 도시계획균형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된 상태이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와 서울시의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