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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8-2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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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상식] 침묵이 주는 치유력

이광연 이광연한의원 원장

기사입력 2026-08-1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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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하루는 소음으로 가득하다. 아침에 알람으로 깨어나는 순간부터 밤에 스마트폰 화면을 끌 때까지, 귀는 쉼 없이 무언가를 듣고 있다. 차량 음향, 사람들의 목소리, 알림음, 영상의 사운드 트랙. 주변의 소음이 클수록 우리는 더 큰 목소리로 말하고, 더 자극적인 음향을 찾는다.
 

이렇게 소음이 소음을 낳는 악순환 속에서 우리의 귀와 마음은 점점 더 지쳐간다. 하지만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침묵의 치유력을 알고 있었다. 침묵이란 단순히 소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마음 안의 떨림이 그쳐지는 순간이며, 몸이 본래의 리듬을 되찾는 시간이라고 본다.
 

한의학에서 마음과 정신을 주관하는 것은 심()이라 불리는 장부(臟腑). ()은 정신 활동 전반을 주관하고, 모든 사고의 기반이 되는 존재다. 현대 사회의 끊임없는 자극은 심()을 늘 깨어 있게 만들고, 쉴 새 없이 반응하도록 강요한다.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심의 기운이 산란해지고, 결국 불안감, 초조감, 불면증으로 이어진다.
 

()은 우리 몸의 정기(精氣)를 저장하고 깊은 차원의 회복을 담당하는데, 침묵의 시간 속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침묵은 이 세 장부가 동시에 안정을 찾게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의약이다.
 

침묵의 치유력을 이해하려면, 우리의 신경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한다.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교감신경(交感神經)은 우리를 깨어 있게 하지만, 현대의 자극은 실제 위기가 아니면서도 우리의 뇌를 위기 상태로 착각하게 만든다.
 

침묵 속에 있을 때 비로소 부교감신경(副交感神經)이 활성화되고, 몸은 회복 모드에 들어간다.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호흡이 깊어지며, 근육의 긴장이 풀린다. 한의학에서는 이 상태를 기혈(氣血)이 조화롭게 흐르는 상태라고 본다.
 

일상에서 침묵을 찾는 것은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 차를 마시는 동안 차의 향기에만 집중하는 몇 분, 통근 시간에 음악 대신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점심 후 잠시 눈을 감고 깊게 숨을 쉬는 순간. 이런 작은 침묵들이 모여서 심신(心神)을 안정시키고 회복력을 높인다.
 

침묵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귀를 닫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생각이 계속 떠돈다면, 그것은 여전히 침묵이 아니다. 마음이 어딘가에 묶혀 있으면, ()의 흐름도 막힌다. 진정한 침묵이란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상태다. 외부의 자극이 들어오지 않는 것도 좋지만, 내부의 생각이 흐르게 놔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침묵의 효과는 즉각적이지 않다. 현대인들은 즉각적인 효과를 원하지만, 한의학이 보는 치유는 천천히 누적되는 과정이다. 매일 조용한 순간을 가지면 몇 주 후에는 신경이 덜 곤두서 있음을 느낄 것이다. 몇 개월이 지나면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면역력이 회복되고 감정의 기복이 완화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몸이 제 리듬을 되찾는 과정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침묵이 단순히 건강을 회복하는 도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다시 만난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 깊은 곳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현대 사회의 수많은 자극은 우리를 밖으로 향하게 한다. 항상 무언가를 따라가고, 비교하고, 반응하게 한다. 침묵은 이 여행을 멈추고 내 안으로 돌아오게 한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회복이란 단순히 병을 낫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중심을 되찾는 것이다. 침묵이 그 중심이 되는 곳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침묵을 챙기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 물을 마시듯이 자연스럽게 침묵의 시간을 생활 속에 흐르게 해야 한다. 아침의 오 분, 점심 후의 십 분, 밤의 침묵 속에서의 깊은 수면. 이런 작은 침묵들이 모여서 인생의 침묵을 만들고,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온전히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
 

침묵은 약이고, 치유이며, 동시에 우리 자신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모든 좋은 치료가 그렇듯이, 가장 좋은 약은 언제나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 침묵이 그렇다.

강서양천신문 (gsyck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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