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액션 시민 이상돈 씨
2013년부터 2024년까지 나는 서울시 인터넷 시민 감시단으로 활동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성매매를 알선하거나 유인하는 게시물을 찾아 신고하는 일이었다. 오랜 시간 활동하면서 ‘성매매’는 나에게 낯선 주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익숙했다. 너무 자주 보았고, 너무 쉽게 발견할 수 있었으며, 때로는 무력감 속에서 그저 ‘또 하나의 게시물’로 처리해 왔다.
하지만 올해 서울 액션 시민 활동에 참여하며 읽은 신박진영의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과 작가 초청 강연은 그 익숙함에 균열을 냈다. 그동안 내가 보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했다.
그동안 나는 ‘불법 광고를 감시하는 시민’이었다. 그러나 이번 활동을 통해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다. 나는 과연 ‘구조를 멈추려 했던 시민’이었는가.
인터넷 시민 감시단 활동을 하며 수없이 많은 성매매 광고를 접했다. 키워드, 은어, 이미지, 링크 구조까지 어느 정도는 패턴으로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언제나 대상화된 이미지였고, 나는 그것을 신고 대상 데이터로 처리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책에서 말하는 ‘상식의 블랙홀’이라는 표현은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짚어냈다. 나는 알고 있었지만 이해하지 않았고, 보고 있었지만 인식하지 않았다.
강연에서 신박진영 작가는 성매매를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폭력의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 말은 머리로는 이해되었지만 동시에 불편했다. 왜냐하면 그 구조 속에 나 역시 방관자로서 일정 부분 기능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독서와 강연에서 특히 깊게 남은 것은 ‘수요’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성매매 산업이 유지되는 이유는 결국 소비가 존재하기 때문이며, 그 소비의 상당수는 남성이라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나는 직접적인 구매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를 완전히 자유롭게 만들지는 않았다.
성매매를 농담처럼 소비하는 문화, 여성의 몸을 상품처럼 언급하는 일상 언어, 온라인 공간에서 반복되는 대상화. 이런 장면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너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나는 그 구조 속에서 적극적인 가해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분리된 존재도 아니었다. 이 지점에서 느낀 감정은 분노보다는 불편함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 불편함이야말로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그동안 사회에서는 “성매매도 선택일 수 있다”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나 역시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하기 전까지는 그 말을 하나의 의견처럼 받아들였던 적이 있다. 그러나 책과 강연은 이 논리를 구조적으로 다시 묻는다.
선택이 성립하려면 정보의 비대칭이 없어야 하고, 강압이 없어야 하며, 다른 대안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성매매 구조는 경제적 취약성, 사회적 고립, 착취적 알선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조건에서의 선택은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가. 이 질문 앞에서 나는 더 이상 중립이라는 자리에 머물 수 없었다.
인터넷 시민 감시단 활동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온라인 공간에서 불법 광고를 줄이고 플랫폼 환경을 개선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번 서울 액션 시민 활동을 통해 분명히 깨달은 것이 있다. 감시는 증상을 다루는 일이고, 성매매는 구조의 문제라는 점이다.
이번 활동은 교육, 이해, 기획, 캠페인이라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사회적 개입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이제 단순히 발견하고 신고하는 시민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개입하려는 시민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나는 ‘공익신고자’와 ‘공익제보자’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공익신고자와 공익제보자는 단지 잘못을 발견해 알리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는다. 구조적 문제를 사회 앞에 드러내고, 공동체가 외면해 온 질문을 다시 제기하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시민의 감시 역시 단순한 신고 행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회가 무엇을 묵인하고 무엇을 정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과정이어야 한다.
강연에서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다. “성매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허용한 구조다.”
이 문장은 책임의 방향을 바꾸어 놓는다. 누군가를 손쉽게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나는 어떤 사회를 방관해 왔는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바꿀 것인가.
이번 활동은 단순한 강의 수강이 아니었다. 하나의 기준점이었다. 앞으로 남은 서울 액션 시민 활동 과정에서 나는 세 가지를 분명히 하고자 한다. 첫째, 성매매 문제를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바라볼 것. 둘째, 남성으로서 책임 있는 시각을 유지할 것. 셋째,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시민 캠페인에 적극 참여할 것.
특히 시민이 주체가 되는 캠페인은 중요하다. 제도 변화도 필요하지만, 제도보다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사회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성매매를 단지 개인의 선택이나 은밀한 소비로 바라보는 오래된 관성을 바꾸지 않고서는 구조 역시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는 오랫동안 ‘보는 사람’이었다. 문제를 발견하고 기록하는 데 익숙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단계에서 멈출 수 없다. 성매매는 단순히 존재하는 현상이 아니다. 누군가의 삶을 구조적으로 침식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무관심 속에서 유지된다.
이번 독서와 강연은 나에게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다. 더 이상 서울시 인터넷 시민 감시단 활동 시절의 자원봉사 신고자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제는 구조를 바꾸는 데 참여하는 시민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2013년부터 이어져 온 나의 활동은 지금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보는 것을 넘어, 멈추게 하는 시민으로. 그것이 서울 액션 시민으로서 내가 내린 작은 결심이자 앞으로의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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