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낳은 비겁한 정치 촌극을 보며
지난해 양천구의회에서는 기초의회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구의장이 탄핵당했다. 흔히 ‘대통령 탄핵’은 익숙해도 ‘구의장 탄핵’은 생소할 것이다. 대부분의 시민은 ‘의원 나리’ 하면 국회의원만 떠올리지만, 지방자치를 위해 지역을 쪼개 만든 기초의회의 의원도 의원이다.
매일 구의회를 들여다보는 일은 막장 드라마 시청과 다름없었다. 비판 기사를 쓰는 것도 손가락이 아팠다. 지친 나는 지난해 김성진 작가의 희곡교실을 다니며 작품 하나를 썼다. 제목은 <구의장 연명기>(사실은 미완성)다. 의장 자리를 1년 더 연명하려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의장의 이야기인데, 공교롭게도 희곡을 쓰는 도중 현실에서 탄핵 사태가 터졌다. 블랙코미디 같은 설정이 실제 풍경으로 옮겨진 것이다. 그리고 2026년 오늘, 양천구의회는 나에게 또 다른 창작 소재를 제공했다.
회사 메일로 도착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성명서는 비장했다. “민생을 볼모로 한 파행”, “치졸한 정치 행위 중단” 등 날 선 문구로 상대 당과 의장을 매섭게 몰아붙였다. 신문 편집으로 바쁜 와중에도 실소가 터졌다. SNL 작가도, 임성한 작가도 상상하지 못할 ‘눈 가리고 아웅’이 서슴없이 자행됐기 때문이다. 관객이 없으니 연기를 제대로 안 해도 되고, 립싱크를 해도 모르니 아무 말이나 내뱉는, 이른바 ‘썩소의 고름 덩어리’ 같은 정치 쇼였다.
정작 본회의장을 비워 안건 처리에 난항을 겪게 한 주체는 성명서를 낸 당사자들이었다. 회의장에 발도 들이지 않은 이들이 문밖에서 “협치의 장으로 복귀하라”고 외치는 이 ‘유체이탈 화법’은 대체 누구를 향한 것인가. 보는 눈이 없다고 믿기에 가능한, 구민을 향한 명백한 기만이다. 혹시나 내 숫자가 틀렸나 싶어 관계자에게 확인까지 했다. 본회의장을 지킨 국민의힘 의원은 단 2명뿐이었다.
내 희곡 속 나원숙 의원은 구덕순 의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백성 살리는 게 정치가 아닙니다. 자기 살 궁리하는 게 정치예요.”
지난해 의장이 ‘의장직 사수’라는 자기 살 궁리에 매몰됐다면, 오늘의 성명서는 아무도 보지 않는 상황을 ‘페이크 다큐’로 만들고 말있다. 구의원들에게 의회는 구민의 삶을 돌보는 신성한 장소가 아니라, 다음 선거를 위해 자리를 나누고 상대의 발목을 잡는 ‘생존 게임의 무대’일 뿐인가.
이러한 촌극이 반복되는 이유는 양천구의회가 여전히 철저히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현재 양천구의회는 본회의 상황을 외부로 실시간 송출할 인터넷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하다. 구청 내부 모니터로만 흐르는 영상 속에서 누가 지각을 하는지, 누가 나오지도 않고 큰소리만 치는지 구민들은 알 길이 없다. 감시받지 않는 폐쇄된 공간은 거짓말과 파행이 자라기 가장 좋은 토양이다.
유 의장이 추진하는 회의 상황 송출 논의를 두고 국민의힘은 “시급하지 않은 안건”이라며 깎아내리지만, 나는 단언한다. 이보다 시급한 민생은 없다. 의회의 투명성을 높여 의원들이 구민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저급한 정치 촌극을 끝낼 유일한 해법이다. 실시간으로 만천하에 공개된다면, 본회의장을 비우고도 ‘민생’을 운운하는 파렴치한 성명서가 감히 나올 수 있겠는가.
9대 의회의 ‘구의장 연명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대 위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 구민을 기만하는 대본은 그대로다. 나는 이제 구의회가 낡은 장막을 걷고 유리벽 너머의 구민과 마주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투명한 공개라는 빛이 의회 구석구석을 비출 때 비로소 지방자치의 시계는 제대로 움직일 것이다.
팍팍한 살림에 글쓰기를 잠시 멀리했던 나를 다시 불러내, 자판을 세게 두드리게 만들어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소재 제공’의 감사를 전한다.
본 칼럼은 본지의 논조와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아울러 독자의 혈압 조절과 평온을 위해 제미나이 AI가 원문에 담긴 날 선 분노를 부드럽게 눌러 담았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