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화곡본동 마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마을잡지를 펴내고 있다. 봉제산이 품고 있는 이 마을에서 지역의 다양한 소식과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마을잡지 『봉제산자락』이 제작되고 있다.
잡지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 마련과 기획·취재·편집·인쇄, 심지어 지역 내 배송까지 주민들의 손으로 해내고 있다. 주민들이 만드는 잡지라곤 하지만, 내용이나 디자인 면에서도 꽤 감성적이고 전문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올해 봄, 주민들은 세 번째 마을잡지를 만들었다. 3호 잡지 편집이 한창일 때, 이번 호의 편집장을 맡은 살리(*이들은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른다)와 카페 ‘바람쐬다’에서 만났다.
주민들이 만드는 마을잡지라고 하니 이색적이네요.
화곡본동에는 다른 지역과 달리 마을공동체가 여럿 있고 마을회의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어요. 『봉제산자락』은 2021년에 창간했는데, 당시 코로나19로 공동체들이 잘 연결되지 못하던 때였거든요. 그러다 한글공원에서 마을축제를 하게 됐고, 그 과정을 잘 담아서 마을잡지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모여 시작하게 됐습니다.
마을잡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기나요.
저희가 이 분야의 전문 직업인은 아니예요.(웃음) 구성 회의 끝에 지난 2호에는 마을 주민들에게 봉제산 자락 아래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관한 글을 받았어요. 마을 주민 인터뷰와 기후 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대담도 있고요. 물론 관통하는 주제도 있어요. 2호에서는 화곡본동에서 진행된 ‘전환마을’ 사업을 주제로 글감을 받았고, 청년의 마을살이, 공동체 주택에 관한 이야기도 실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글이 있으셨나요.
제가 직접 만난 분 중에는 마을 주민 ‘어슬렁 빈센트’ 님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그분은 어느 공동체에 속한 분은 아니지만 마을회의에도 참석하시고, 무엇보다 이 동네 골목골목을 굉장히 사랑하고 수없이 다니시는 분이거든요. 그분이 마을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함께 걸으며 인터뷰를 했는데, 그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인터뷰를 하다 보니, 어슬렁 빈센트 님이 특별히 좋아하는 어느 골목 어느 지점이 있다고 해요.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 장소에 서면 동서남북 어느 쪽으로든 산이 보인다”고 흐뭇하게 웃으시더라고요. 마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없으면 절대 찾을 수 없는 지점이죠.
또 한 분은 일본에서 와서 우리 마을에 정착한 분이셨는데, 다문화 가정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저도 사람들과 만나며 이 마을에 참 다양한 사람이 함께 살고 있구나 알게 되고, 마을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카페 ‘바람쐬다’도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요.
이곳에서 마을회의를 하기도 하고 마을잡지에 관한 구상을 하기도 해요. 그냥 쉽게 들르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라면 더 적절할까요.(웃음) 마을 주민들이 오고 가며 차를 마시고, 그림도 그리고, 이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모임이 이뤄지고 있어요. 이런 공간이 있음으로 인해 사람들이 더 모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마을축제나 마을잡지에 관한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하고요.
『봉제산자락』 3호에 대해 귀띔해 주신다면요.
이번 호의 주제는 ‘좀 노는 사람들’이예요. 코로나가 완화된 시점에서 주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마을에서 어떻게들 놀고 있는지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찾았죠. 동네의 숨은 맛집에서부터 이 공간(바람쐬다)에서 노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실렸어요. 심지어 최근에 새로 머리를 했는데 그 파마를 자기가 어떻게 하게 됐는지를 이야기하는 재미있는 글도 있답니다.(웃음)
이번에는 좀 더 다양한 사람의 글이 실릴 수 있도록 마을에 추억이 있거나 이야깃거리가 있는 분들의 글을 모집했어요. 3호에서는 두 분의 새로운 글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공동육아를 하며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따뜻한 동네에서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서 화곡본동으로 이사를 왔어요. 그러다 마을잡지를 만드는 데 참여하게 되고 카페도 하고 마을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기회를 얻고 제 역량도 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게 마을공동체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요.
앞으로 마을잡지 『봉제산자락』이 더 많이 알려져서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해요.